자동차를 타다 보면 한 번씩 이상한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갑자기 차가 울컥거린다거나, 순간적으로 출력이 줄어든다거나, 경고등이 켜졌다가 금방 사라지는 식이죠. 운전자는 분명 문제를 경험했는데 막상 서비스센터를 방문하면 “지금은 정상입니다”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순간 소비자는 답답함을 느끼고, 기술자는 기준상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결국 자동차 결함 분쟁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말이 바로 “재현되지 않습니다”라는 표현입니다. 이 말 하나가 왜 분쟁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지, 그 배경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분명 있었지만, 진단은 ‘지금 이 순간’을 기준으로 진행된다
자동차 결함을 판단하는 과정은 소비자의 체감보다 훨씬 엄격합니다.
차량이 어떤 문제를 일으켰는지보다, 현재 점검하는 순간 그 증상이 나타나는지가 가장 큰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서비스센터는 데이터와 재현성을 기반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운전자가 “분명 있었던 문제”를 상세히 설명해도, 지금 차량이 멀쩡하게 작동하고 있다면 결함으로 기록하기 어렵습니다.
차량은 얼마나 달렸는지, 외부 온도는 어땠는지, 노면 상태나 교통 상황은 어땠는지에 따라 반응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요소가 모두 사라진 정비소 환경에서는 같은 상황이 재현되지 않는 경우가 매우 흔합니다.
그래서 소비자는 “나는 분명히 겪었는데 왜 믿어주지 않는 거지?”라고 생각하고, 기술자는 “지금 상태에서는 판단할 근거가 없다”고 답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반복됩니다. 결국 결함 여부는 ‘과거 경험’이 아니라 현재 객관적 증거가 존재하는지가 기준이 되는 셈입니다.
자동차는 일시적인 전자 오류가 많고, 흔적 자체가 남지 않을 수도 있다
요즘 자동차는 바퀴 달린 컴퓨터라고 불릴 만큼 전자장비와 소프트웨어 의존도가 높습니다. 이 때문에 잠깐의 센서 오류나 전압 변동만으로도 차량이 이상한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터리 전압이 순간적으로 떨어지거나, 외부 온도가 급격히 바뀌거나, 센서 간 신호가 순간 충돌하는 경우라면 차량은 이상 반응을 보였다가 곧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일시적인 오류가 로그(기록)에 남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서비스센터에서 스캐너를 연결했을 때 아무런 오류 코드가 없다면 기술자는 판단할 단서조차 찾기 어렵습니다. 소비자가 “분명 몇 번이나 이상했어요”라고 말해도, 차가 스스로 정상화된 상황이라면 증거 없이 결함을 인정하기 힘든 구조입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소비자는 완전히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를 분명히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비 단계에서는 “정상”이라는 판정을 듣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집니다. 전자제어 기반의 차량 구조가 만들어낸 현대식 딜레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현 불가’는 회피가 아니라 구조적 한계이며, 소비자는 다른 방식으로 증거를 남겨야 한다
많은 운전자는 “재현이 안 된다”는 말이 제조사의 회피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구조를 따라가 보면 결함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기준이 필요하고, 그 기준은 매우 엄격합니다.
결함을 인정하는 순간 제조사는 무상 수리 또는 부품 교체를 해야 하고, 동일 문제가 반복되면 환불·교환으로 이어지는 레몬법까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기술자는 확실한 증거 없이 결함을 단정할 수 없습니다. 또한 오진으로 부품을 교체하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재현 불가’는 기술자의 변명이 아니라, 자동차 진단·보증 체계가 재현성과 데이터 중심으로 설계된 구조적 한계입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결함을 느꼈다면 가능한 많은 정보를 기록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 증상 발생 순간의 영상이나 사진
- 계기판에 떴던 경고등 캡처
- 발생 상황(속도, 온도, 급가속 여부 등) 메모
- 반복 주기 또는 패턴 정리
이런 자료가 있으면 서비스센터의 접근 방식도 달라지고, 분쟁 단계에서도 훨씬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자동차 결함 분쟁의 본질은 “문제가 있었는가?”가 아니라,
“그 문제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에 더 가깝습니다.
‘재현 불가’는 그 과정에서 가장 큰 벽이지만, 구조를 이해하고 대응 방식을 갖추면 충분히 넘어설 수 있는 벽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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